2010-02-01

디스크

병원을 다녀왔다.

몇 주 전부터 아팠던 허리도 문제였고, 이제는 목에 힘조차 줄 수도 없는 증상이 나타났다.
그냥 잠을 잘 못 잤겠거니 했다.

집사람이 병원엘 가 보잔다. 집사람은 유난이 심하다. 특히 나에 관한 문제에서는 더욱 더.

의사는 내 목을 이리저리 돌려 보라 하더니 디스크가 의심스럽단다.
단순히 잠을 잘 못 잤다면 왼쪽 목이 아픈데 오른쪽은 돌리기 쉽고 왼쪽이 어려울 수는 없다는거다.
더군다나 뒤로 목을 젖히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으니...

어짜피 허리 MRI와 목 MRI를 따로 찍는거보다 함께 찍으면 이익(?)인 듯 하니
MRI를 찍잔다. 켁. MRI? 이게 머였더라?

그러면서 간호사가 내게 던진 질문 하나. 엘리베이터나 좁은 곳에서 괜찮은지 물어본다.
(음... 간혹 엘리베이터나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심장이 벌렁거리긴 하는데... 왜 갑자기 이걸 물어보지?)
정신없이 날라오는 질문 중 하나여서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일사천리로 진행된 MRI 준비.

옷갈아 입고 들어가니... 와우... 내가 젤 싫어하는 것.
이거 이제와서 못하겠다는 말도 못하겠고... 딱 눈감고 버티자는 심정만으로 누웠다. 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, 주변을 보기 싫어서 절대 눈 뜨지 않으리라 다짐하고. 그러면서 약간 벌렁거리는 심장을 안정시키면서.

답답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?
한 쪽 다리를 드세요.
보고 계실거죠?

15분에서 20분 걸린다는 시간은 왜 이리 긴지.
양쪽 귀마게에 스펀지를 꽂고도 사이렌 소리같은 소음이 매우 불쾌하다. 어떤 레이저 같은 불빛이 내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... 다시는 이런걸 하지 않으리라.

결과는 당황스럽다. 의사가 약간 오버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니 그냥 믿어줄 수 밖에.
목에 3개, 허리에 2개의 디스크.
이거 참.

글쎄... 사실 그 동안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못 살 정도는 아니었는데.
갑자기 우울한 느낌. 내 인생이 이렇게나 늙었버렸나.

이거 씁쓸하구만..

디스크 관련 도서도 좀 읽고 운동도 해야겠다.

댓글 없음:

댓글 쓰기